2008. 3. 27. 18:22

현서윤서 유치원생활 궁금하시죠?
현서윤서 유치원 처음 보내면서 현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저 잘난척병을 어쩌나 할 정도로 잘 적응하더군요. 유치원 다녀와서부터 시작되는 친구들 이야기에 몇일 지나지 않아 15명 친구들이름을 외우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었고 부지런한 담임선생님 덕분에 자주 업데이트되는 유치원사진으로 노벨반 친구들 이름이랑 얼굴도 쉽게 매치시킬수 있게 되었구요.
현서반 담임선생님이 어린이수첩에다가 보내온 현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현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궁금한 것을 바로바로 물어보는 호기심친구랍니다. 


반면(글쎄 이 단어를 쓰니까 부정적인 느낌부터 확 들지만..ㅠㅠ) 우리 윤서는 유치원 다닌지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친구들 이름이 3명에서 진도가 안 나가는거에요. 그래서 작전을 세웠지요. 윤서한테 하루에 한명씩이라도 어떤 친구가 있는지 이름을 알아오라고..
그랬더니 어느샌가 20명 중 18명의 아인슈타인반 친구들 이름이 화이트보드에  채워지네요. 감수성 풍부하고 다소 소심하고 예민한 우리 윤서.. 그래도 친구들 이름을 엄마한테 말해주려고 매일매일 노력했을 마음이 너무 예뻐서 엄마는 그날그날 새로운 이름을 들을 때마다 윤서를 칭찬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줬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치원 돌아와서는 늘 환한 표정이었는데 그날은 기분이 우울해 보이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데 눈가부터 먼저 빨개지면서 말을 꺼냅니다. 유치원에서 짝꿍찾기 게임을 했는데 여자친구들이 자기를 싫다고 해서 선생님이랑 짝꿍을 했다는 겁니다. 그말을 들으니 괜히 저도 그순간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생각나 울컥 하더군요. 
그래도 아이를 다독여야할것 같아 일단은 윤서가 많이 속상했겠다고.. 많이 섭섭했겠다고..
하지만 유치원 다닌지 얼마 안 되어 친구들이 아직 윤서의 좋은 점을 잘 보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윤서가 친구들한테 친절하게 대하고 매너있게 행동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서반 친구들 모두가 윤서를 좋아하고 사랑해줄거라고 말해줬지요. 물론 윤서의 반응은 그리 썩 좋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 일이 있기 전인지 이후인지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유치원 어린이수첩에 윤서반 담임선생님이 윤서에 대해 짧게 글을 남겨주셨어요. 문제는 "윤서는" 이라고 시작해야되는데 선생님도 잠시 착각하셨는지 "현서는"이라고 쓰셨더라구요. 저도 집에서 가끔 현서윤서를 바꿔부르기도 하니 그냥 단지 실수겠거니 했지요. 솔직히 기분은 별로 안 좋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선생님께 왜 그런 실수를 하셨냐고 묻기도 뭐해서 그냥 넘어갔더랬어요. 

근데 월요일날 어린이수첩에 선생님 글이 또 있길래 뭔가 싶어봤더니..
"제가 윤서이름을 잘못 적었네요. 윤서에게 지적받았습니다ㅠㅠ.교실에서도 현서라고 가끔 부르는데 "왜 제가 현서에요?라고 이야기해줘요^^"
아니 그럼 윤서가 선생님한테 직접 대놓고 이야기했다는거야? 엄마보다 낫네..순간 녀석이 얼마나 기특하든지..
선생님의 쪽지글 하나로 짧은 시간이나마 선생님께 가졌던 섭섭함이 싹 가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답글을 보냈지요. 
"저도 현서윤서이름을 종종 바꿔부른답니다..ㅋㅋ"

그래도 신경이 쓰이셨던지 윤서 담임선생님이 어제 전화를 주셨어요. 이름바꿔쓴거에 대해서 말씀하시길래 괜찮다고..현서윤서 이름이 비슷하니 헷갈릴수 있다고..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 넌지시 짝꿍찾기 게임에 대해 여쭈었지요. 
윤서반이 여자어린이 수가 적은 데다가 인원이 21명이라 짝꿍지워줄 때 우선권을 여자에게 줬대요. 남자친구들이 자기가 짝하고 싶은 여자친구한테 가면 여자친구가 맘에 드는 남자친구를 선택하게끔..
근데 우리 윤서 재원하고 있는 여자친구한테 줄섰다가 튕겨 다른 여자친구한테 섰는데 또 거부당하고.. 선생님이 남자친구랑 짝꿍 지워주려고 하자  윤서가 여자친구랑 짝하고 싶대서 선생님이 "선생님도 여자니까 윤서는 그럼 선생님이랑 짝하자"그랬다네요. 
짝꿍찾기의 사건전모가 밝혀지는 순간 속으로 "윤서야! 그거였어?"하며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선생님 말씀으로는 윤서가 아직 친구들한테 먼저 다가가지는 않지만 조금씩 어울릴려고 노력하니 너무 염려말라시네요. 그렇게 걱정하고 그런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안심이 됩니다. 사소한 오해인데 그냥 담아두면 그게 오히려 더 문제를 만들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구요. 
현서윤서 늘 유치원생활을 재미있어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도 많이 해 주는 편이라 걱정되거나 초조하고 그런 건 없었지만 왠지 윤서한테만큼은 신경쓰이는게 사실이었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가 느긋해지려고 합니다 .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곧장 자신의 의사를 밝힐 줄 아는 윤서를 엄마는 너무 어리게만 봐 왔나봅니다. 윤서가 선생님한테도 친구들한테도 당당하게 나설수 있다는 사실을 엄마인 저만 모르고 있었나봅니다. 
이젠 윤서도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으니 그만큼 존중해주어야했는데 어리석은 엄마는 내 품안의 자식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쑥쑥 크고 있었네요. 
쑥쑥 크는 만큼 생각주머니도 마음주머니도 큼직하게 커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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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