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6. 18:30

딸같은 윤서, 아들같은 현서..
유치원에서 "나의 역사"에 쓸 1살때부터 5살때까지의 사진을 가져오랍니다. 
우린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놓지 않아 일일히 컴에 저장된 사진들을 찾아봐야합니다. 
어떤 사진을 고를까 현서윤서랑 컴퓨터앞에 앉아 아가때 사진부터 쭈욱 보기 시작했지요. 모처럼 보니 아가때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현서윤서도 한살, 두살때의 사진들에서는 까르르르 웃음이 끊이질않습니다. 지들이 봐도 귀여운가 봅니다.  
세살 때부터는 정말 열심히 데리고 다녔더군요. 아빠는 돈만 열심히 벌어오고 엄마랑 현서윤서는 여기저기 놀러만 다닌것 같습니다. 자동차타고 지하철타고 서울 근교를 많이도 다녔습니다. 윤서가 놀라며 묻습니다. "엄마 우리 여기도 갔어요? 사진보니까 기억이 나는것 같아요. 근데 우리 다시한번 가 보면 안될까요?"
네살 때는 집에서 미술활동을 많이 했나봐요. 사진들을 보면서 현서윤서가 유치원에서 했던 미술놀이라며 아는척을 합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며 보는데 갑자기 윤서 눈가가 빨개집니다. 윤서 떨리는 목소리로 하는 말이..

"엄마!! 자꾸 눈물이 날려고 해요. 우리가 어릴때 정말 많이 다녔네요. 그리고 엄마가 미술놀이도 이렇게 많이 해 주셨네요.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정말 행복했던것 같아.."

고작 6살 밖에 안된 아들래미한테서 옛날이 그립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자신의 뭔지모를 느낌들을 드러내고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윤서를 보니 그 풍부한 감수성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스러워 꼬옥 안아주는데 분위기파악 못하는 우리 현서 옆에서 초를 칩니다.

"윤서야! 너 울어? 왜? 난 눈물 하나도 안 나는데.." 그러면서 하하하 웃습니다. 
어찌 이리도 다를까요? 피식 웃음이 납니다. 


엊그제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제가 요즘 교정장치 부착하면서 입안이 헐고 많이 아파요. 그래서 먹는게 너무 힘들어 밥 말고 간식은 거의 안 먹지요. 그런데 유일하게 먹는 밥마저도 입안이 너무 아파서 그날 저녁에는 밥을 반이나 남겼습니다. 제가 원래 저녁밥 양이 좀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저녁때는 두 그릇을 먹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런 엄마가 밥을 남겼으니 윤서생각에는 뭔가 심각하구나 싶었나보죠. 

"어? 엄마!! 밥을 왜 남겨요? 아파서 못 먹겠어요?"
"응. 엄마 너무 아파"
"아휴!! 우리 엄마 어떡하지? 그거 얼마나 해야된다고 그랬죠? 1년? 1년동안이나 엄마가 힘들어야해요? 엄마 너무 불쌍하다~~~~"
그러면서 자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고 기쁘게 해 준대나 어쨌다나 하면서 재잘재잘 거립니다. 

요렇게 예쁘게 말하는 아들래미 보셨나요? 너무 사랑스럽죠?ㅎㅎㅎ
그럼 현서는 어땠을까요?
흥! 못된 기집애 같으니라구.. 
자기 밥 먹느라 엄마가 밥을 남기는지 더 먹는지 엄마한테는 관심도 없습니다. 
이건 딸이랑 아들이랑 바뀌어도 너무 바뀐 것 같습니다. 
보통 딸이 정도 많고 애교도 많다던데 우리집은 완전 반대입니다. 
우리 윤서 커서도 엄마를 이렇게 위해줄까요? 사춘기지나고 윤서의 엄마사랑이 급변할까봐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Posted by 해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