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0. 11:20

현서는 왜 칭찬만 받기를 원하는가?


현서는 글을 참 잘 씁니다. 본인은 상도 별로 못받고 하는데 뭐 글을 잘쓰냐고 하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서의 글쓰기는 세련되게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부터 쓴 글을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랄 때까 많습니다. 그 나이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반전이 나오기도 하고 대상에 대한 표현도 기발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 현서의 글을 읽을 것이 매우 즐겁습니다. 물론 윤서도 글을 잘썼지만 요즈음은 그다지 열심히 글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느끼는 것을 현서가 글을 들고와서 봐달라고 하면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걱정이 앞선다는 겁니다. 현서가 쓴 글을 읽고 잘 썼다고 칭찬만 하면 문제가 없는데 글의 논리적 문제점을 이야기 하기만 하면 현서는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급기야 저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저도 "잘썼다"라고 하고 그냥 넘어갈까 잠깐 고민을 하지만 대부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정서가 반복될 때마다 저는 몇가지 걱정이 됩니다. 


첫째, 현서와 저의 관계가 나빠진다는 겁니다. 무엇이 부모와 자식과의 괸계보다 더 중요할까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기러기 아빠나 조기 유학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살수 있는 기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길어야 20~30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기간 조차 자식의 미래나 성취와 같은 것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저와 이런 일로 감정이 자꾸 상한다면 현서와 저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서가 글쓰기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받다보면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 다는 겁니다. 학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연합입니다. 어떤 사건과 다른 사건이 반복해서 결합된다면 학습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정서가 포함된다는 경합의 정도는 더 강해집니다. 이처럼 글 쓰기에 부정적 감정인 연합 된다면 결국 글쓰기에 대하여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고 글을 쓸때 긍정적인 생각 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것입니다. 이는 결국  글쓰기를 멀리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째, 현서가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다른 사람들은 현서에게 피드백 자체를 하지 않게됩니다. 저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거울을 보는 것은 거울 통하여 우리의 겉모습이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여 잘못된 것은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하여 얼굴이나 옷에 무엇이 묻었는지, 색깔은 어울리는지를 알고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나의 행동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내 행동에 어떤 부분이 잘되고 있고 어떤부분은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 고칠 것은 고치고 잘 된것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점차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줄어 들 것이고 그것은 결국 결국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비추어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집에 거울이 없다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나의 외모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채 나갔다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거울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 나는 것이 있네요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혹시 현서와 윤서가 보이는 행동은 혹시 저의 행동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다른 사람의 피드백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때입니다. 



Posted by 해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