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5. 23:39

윤서가 부리는 억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지은 느낌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이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물어오면 너무나 쉽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답을 해 주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겪은 것으로는 그게 결코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침에 차로 출근을 하려고 나서는데 윤서엄마가 동네에 자주 만나는 분의 아이 돌 선물로 사둔 옷을 차에 두었다며 차에 가서 선물을 가지고 오기로 했다. 

그런데 윤서가 자기도 따라 가겠다는 것 아닌가... 금방 내려갔다 오겠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막무가내이다.

윤서가 하는 행동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 말해도 소용없다. 그런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미워할거라고 협박을 해도 막무가내이다.  혼자 있는게 아니고 현서와 같이 있을 것이라 해도 돌아오는 말은 한마디 밖에 없다. 

"엄마랑 있을래....","엄마랑 같이 갈래"

논리적 설명이고 뭐고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는 손이 올라가서 때리기 직전까지 갔다. 

이건 요새 유행하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달라지기 전 상황과 거의 같다.  

지금껏 다른 아이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애 하나를 제대로 못가르치냐?"라며 부모들 욕을 얼마나 했던가... 정말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싫어하면서 배우는 것인가? 윤서 엄마한테는 애들에게 짜증을 부리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그꼴이 되어 버렸다. 애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말과 글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지 진심을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결국 내가 애들하고 있기로 하고 윤서엄마만 내려갔다 왔다.  윤서는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도 엄마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했다. 당연히 아내는 전화기를 가져 가지 않았고... 

그러고 보니 어제 찜질방에 가서도  윤서엄마가 찜질방에 들어가고 나면 엄마를 찾으라거나 혹은 전화를 해달라고 엉겨 붙던 것이 생각났다. 

바쁜 아침시간에 출근을 하려는 와중이라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아내가 선물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은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았다. 

아이에게 엄마가 금방 왔음을 확인시켰다. 

그리고 뭔가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또 내려 갔다 와야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윤서는 또 안된다고 했다. 

한 2-3분을 엉겨 붙더니 무서우면 TV를 켜서 교육방송을 보라는 말에 다녀오라는 허락이 떨어진다.  이러기까지 전체 과정은 30분 이상이 걸렸다. 아침부터 진이 빠진다. 

아내는 할일없이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왔다 (뽀뽀라도 했어야 했나?)

그 와중에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윤서를 함께 데리고 가되 계단을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다. 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

몇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가지는 윤서의 애착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서가 보이는 몇가지 증상은 전형적이다. 다른 아이와 놀이를 할 때도 엄마 주위에서만 맴돈다는 것, 놀이터에도 보호자가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아이와의 관계형성 기술도 부족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게다가 쌍동이로서 현서와 계속 비교되는 것도 윤서의 불안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윤서와 현서를 다른 방에 재우는 것도 아이가 불안을 느끼게 하는 또다른 원인일 수 있다. 윤서는 몇일에 한번은 꼭 엄마와 같이 자겠다고 떼를 쓰곤 한다. 

두번째는 우리가 아이에게 흥미있는 활동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서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라고 쓰고 문제점이라 읽는다) 중에 하나가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을 스스로 찾고 그것에 몰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무엇인가 재밌는 것이 있으면 부모 혹은 보호자의 부재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제 찜질방에서도 윤서에게 그냥 기다리라고만 했을 뿐 뭔가 재미있는 것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런 행동을 다른 집 쌍둥이는 어떤 비율로 보이는지에 대한 기저율(baseline) 정보가 없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와 나 모두가 불편을 느끼고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음은 분명하다. 어찌되었건 아이들이 우리가 제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만큼은 우리가 통제가능한 부분이 아닌가.  

좀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겠다. 특히 윤서에게는 무엇이 윤서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찾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로서 가장 미안한 것이 걷기 말고는 윤서의 신체 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 모한 점이다. 남자아이의 경우 특히 신체활동능력이 인지적 능력 만큼 아이의 자아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더 미안해 진다. 


덧글 

나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이글을 쓰고 있는데도  홈페이지 윤서 얼굴을 보니 울컥 화가 치밀어오른다. 인지와 감정중 인지가 쥐의 크기라면 감정은 코끼리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이러다 부자간의 관계가 망가지는 것 아닐까?

Posted by 해결자